공지사항

사목단상 9월 23일 계획대로 되는게 없다.

작성자
최진혁 안셀모 신부
작성일
2026-09-23 14:45
조회
25
사목단상 — 계획대로 되지 않는 하루

 

오늘은 아침부터 성당의 이런저런 일을 하나씩 정리했다.

먼저 주차장 청소를 했다. 올해 초 성모동상을 청소하려고 구입했던 Greenworks 2000 PSI 고압세척기가 요즘 아주 요긴하게 쓰인다. 성모상 한 번 깨끗하게 해드리려고 산 것인데, 이제는 성당 여기저기를 청소하는 일꾼이 되었다. 오늘은 주차장의 묵은 때를 물로 하나씩 벗겨냈다.

가을이 시작되는 것도 기념할 겸 입구에는 노란 꽃도 심었다. 작은 꽃 몇 송이지만 깨끗해진 주차장과 함께 성당 입구가 조금 밝아진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주차장 입구에는 STOP 표시도 만들려고 했다. 그런데 페인트만 있으면 되는 줄 알았더니 글자 모양을 잡아주는 스텐실(stencil)이 필요했다. 결국 오늘은 만들지 못하고 물로 위치만 표시해 두었다. 스텐실을 구하면 다음에 제대로 칠해야겠다.

 

그다음은 소방점검.

오늘 업체가 와서 소화기를 점검하고 교체하면 이제 끝나는 줄 알았다. 그런데 작업을 하다 보니 이 업체에서는 Fire Alarm은 점검하지 않는다고 한다.

또 일이 생겼다. ㅋㅋ

 

혹시 점검기한을 넘겨 벌금이라도 생기는 것은 아닌지 걱정되어 결국 Louisiana 주법까지 찾아보았다. R.S. 40:1646을 살펴보니 Fire Alarm과 Portable Fire Extinguisher 같은 Life Safety System은 정기적으로 점검하고 관리해야 한다. 다행히 지적사항이 있다고 곧바로 자동으로 벌금이 붙는 구조라기보다는 시정명령을 받고도 계속 이행하지 않는 경우 문제가 커지는 구조였다.

그래도 이번에 확실히 배웠다.

소화기 점검과 Fire Alarm 점검은 따로 챙겨야 한다.

다시 업체를 찾았는데, 세상에, 성당 바로 옆에 Priority Systems가 있었다. Todd와 연락해서 10월 5일 Fire Alarm 점검도 예약했다.

앞으로는 다음 신부님이나 사목회가 다시 이런 일을 처음부터 알아보지 않도록 법규와 업체 연락처, 소화기 교체 이력과 점검주기까지 모두 정리해서 남겨두려고 한다.

 

그리고 오늘의 마지막 계획은 사제관 청소였다.

사실 어제 세탁기와 건조기가 배달될 예정이었다. 새 제품을 설치하고 나면 사제관을 깨끗하게 청소하고, 곧 오실 손님 신부님을 위해 손님방까지 정리하려고 했다.

그런데 배송이 미뤄졌고 오늘 오후 2시 반쯤 온다고 했다.

 

기다리고 또 기다렸다.

 

그리고 드디어 트럭이 왔다.



새 세탁기와 건조기를 보니 괜히 설렜다. 이제 설치만 하면 정말 끝이다 싶었다.

 

그런데 기존 세탁기를 빼내는 순간—

 

누수 발견.



 

우악.

ㅋㅋㅋㅋㅋㅋㅋㅋ

 

세탁기와 건조기를 새것으로 바꾸면 끝날 줄 알았는데, 뒤에 숨어 있던 문제가 하나 더 나타났다.

 

결국 오늘도 설치 완료는 실패.

 

새 세탁기와 기존 세탁기가 한 공간에서 서로 마주 보고 서 있게 되었다.



 

그리고 아마 이 모습 그대로 손님 신부님을 맞이하게 될 것 같다.

 

오늘 하루를 생각해 보니 참 재미있다.

 

주차장을 청소하다가 STOP 스텐실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고, 소화기를 점검하다가 Fire Alarm 업체를 다시 찾아야 했고, 소방법까지 공부했다. 마지막으로 세탁기만 설치하면 끝나는 줄 알았는데 이번에는 누수를 발견했다.

 

하나를 해결하면 하나가 또 나타나는 하루였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나쁜 일만은 아니다.

 

오늘 청소하지 않았다면 노란색 꽃을 심지않았을 것이고, 소방점검을 하지 않았다면 Fire Alarm 점검을 놓치고 있었을 것이다. 새 세탁기를 들이지 않았다면 뒤에서 물이 새고 있다는 사실도 한동안 몰랐을 것이다.

 

계획은 계속 틀어졌지만, 그 덕분에 보이지 않던 것들을 하나씩 발견했다.

 

사목도 어쩌면 그런 것 같다.

내가 세운 계획을 완벽하게 끝내는 것보다, 그날그날 눈앞에 나타나는 일을 외면하지 않고 하나씩 해결해 가는 것.

개인적으로는

오늘은 정말 많은 일을 했는데도 아직 끝난 것이 별로 없는 것 같다.

ㅋㅋㅋㅋ 게으름뱅이인 나에게

부지런함을 주시려 이런 일들을 주시나보다..

긍정적의 사고!!

그래도 주차장은 어제보다 깨끗해졌고, 노란 꽃이 피어 있고, 소방안전은 조금 더 확실해졌고, 숨어 있던 누수도 발견했다.

그러니 오늘도 조금은 앞으로 간 셈이다.

 

다만 손님 신부님께는 미리 말씀드려야겠다.

 

“신부님, 어서 오십시오.

저기 서로 마주 보고 있는 세탁기 두 대는…

사정이 좀 있습니다. ㅋㅋ”
전체 0

위로 스크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