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진혁 안셀모 신부님께서 미사 때 나누신 말씀입니다. 주일 미사와 평일 미사, 수녀원 영어 미사의 강론을 함께 모았습니다.
2026년 8월 21일 본당 미사
오늘 에제키엘서를 읽으면서
저는 한 장면에서 마음이 오래 머물렀습니다.
하느님께서 에제키엘을
마른 뼈들이 가득한 골짜기로 데리고 가십니다.
그리고 이상한 명령을 하십니다.
“너는 이 뼈들에게 예언하여라.”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말하라고 하시는 것이 아닙니다.
이미 죽어버린 사람들,
아무 대답도 할 수 없는 뼈들에게
말씀을 전하라고 하십니다.
저는 이 장면이 참 슬프면서도 따뜻하게 느껴졌습니다.
왜 하느님께서는
뼈들에게까지 말씀하셨을까요?
아마 그 뼈들 안에는
이스라엘 백성의 아주 깊은 슬픔이 담겨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스라엘 백성은 나라를 잃고
바빌론으로 유배되었습니다.
처음에는 아마 이렇게 생각했을 것입니다.
“조금만 기다리면 돌아갈 수 있겠지.”
“언젠가는 다시 예루살렘으로 돌아갈 수 있겠지.”
그런데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고,
수십 년이 흘렀습니다.
바빌론에서 아이들이 태어났고
사람들은 그곳에서 늙어갔습니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은
끝내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바빌론에서 눈을 감았습니다.
그들이 얼마나 집에 가고 싶었을까요.
예루살렘의 길을 다시 한번 걷고 싶고,
성전을 다시 한번 바라보고 싶고,
가족과 함께 살던 고향의 흙을
다시 한번 밟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에게
그날은 끝내 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스라엘 백성은 말합니다.
“우리 뼈들은 마르고
우리의 희망은 사라졌으니
우리는 끝났다.”
이 말씀을 묵상하다가
저는 우리가 살고 있는 뉴올리언스를 생각했습니다.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 때
수많은 사람들이 이 도시를 떠났습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떠날 수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자동차가 없었던 사람,
돈이 없었던 사람,
나이가 많았던 사람,
몸이 아팠던 사람도 있었습니다.
Memorial Medical Center에도
스스로 움직이기 어려운 환자들이 남아 있었습니다.
전기가 끊어지고,
더위는 심해지고,
구조는 늦어졌습니다.
그리고 그 혼란 속에서
많은 사람이 죽었습니다.
우리는 그분들이 마지막 순간에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어쩌면 마지막 소원은
아주 평범한 것이 아니었을까.
“집에 가고 싶다.”
내 집으로 돌아가고 싶고,
가족을 만나고 싶고,
익숙한 내 방에서 다시 잠들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끝내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바빌론에서 죽어간 이스라엘 사람들과
카트리나 속에서 죽어간 사람들이
조금은 겹쳐 보였습니다.
집에 가고 싶었지만
돌아갈 수 없었던 사람들.
그리고 어쩌면
그 마른 뼈들 하나하나에는
그들의 슬픔이 남아 있었을 것입니다.
돌아가지 못한 슬픔,
가족과 헤어진 슬픔,
고향을 잃어버린 슬픔,
기다리다가 지쳐버린 슬픔.
그래서 그 뼈들은
단순히 죽음의 흔적이 아니라
사람들이 끝내 다 말하지 못한 슬픔을 품고 있는 뼈들처럼 느껴집니다.
그런데 오늘 에제키엘서에서
하느님께서는 바로 그 뼈들을 찾아가십니다.
살아서 돌아온 사람들에게만
희망을 말씀하지 않으십니다.
죽은 이들의 뼈에게까지 말씀하십니다.
“마른 뼈들아,
주님의 말을 들어라.”
사람들은 떠났지만
하느님께서는 떠나지 않으셨습니다.
사람들은 잊었을지 몰라도
하느님께서는 잊지 않으셨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말씀하십니다.
“나 이제 너희 무덤을 열겠다.
내 백성아,
너희를 그 무덤에서 끌어내어
이스라엘 땅으로 데려가겠다.”
저는 이 말씀이 참 위로가 됩니다.
살아서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사람에게도
하느님께서 말씀하시는 것 같습니다.
“나는 너를 잊지 않았다.
내가 너를 집으로 데리고 가겠다.”
카트리나가 지나간 뒤
뉴올리언스는 다시 세워졌습니다.
집이 다시 세워졌고,
거리에는 사람들이 돌아왔고,
우리도 다시 일상을 살아갑니다.
하지만 오늘 에제키엘의 마른 뼈들은
우리에게 한 가지를 묻는 것 같습니다.
“너희는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을 기억하고 있느냐?”
도시는 건물을 다시 세우는 것만으로
완전히 회복되는 것이 아닐 것입니다.
우리가 잃어버린 사람들을 기억하고,
특별히 재난이 닥쳤을 때
혼자서는 도망갈 수 없는 사람들,
가난한 사람들,
노인들,
아픈 사람들,
그들을 다시는 혼자 남겨두지 않는 도시를 만드는 것.
어쩌면 그것도
죽은 이들의 뼈가 우리에게 남겨주는
하나의 부탁일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 우리는
우리보다 먼저 세상을 떠난 모든 이들을 기억합니다.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 사람,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사람,
가족에게 돌아가지 못한 사람.
그들을 생각하며 우리는 묻습니다.
“하느님, 그 사람들은 어떻게 됩니까?”
오늘 하느님께서는
마른 뼈들에게 직접 말씀하시며 대답하십니다.
“나는 그들을 잊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 모두에게도
언젠가는 돌아가야 할 마지막 집이 있습니다.
하느님의 집입니다.
그러므로 오늘
마른 뼈들의 골짜기에서 들려오는 말씀은
죽은 이들에게만 주시는 말씀이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주시는 약속입니다.
“나는 너를 잊지 않았다.
네가 돌아오지 못했던 그 길도
나는 기억하고 있다.
그러니 두려워하지 마라.
마지막에는 내가 너를
집으로 데리고 가겠다.”
아멘.

